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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다이]

[연애DS]

[Dog Play]

 

 

애완견은 사랑이 필요해

 

 

 

 

 

 

 

 

 

이번 주말 시간 비워놔.”

 

다이치는 가끔씩 쿠로오에게 전화해서 대뜸 저 말만 하고 끊어버릴 때가 있다. 쿠로오가 별말 없이 알겠다, 대답하면 전화는 매정하게 끊긴다. 하지만 쿠로오는 기뻐 보이는 얼굴이었다. 어떤 신호와도 같은 그 전화는, 쿠로오가 애타게 기다리는 것들 중 하나였으니까. 그것은 다이치가 요즘 너무 힘들어. 사랑받고싶어.’ 라고 알려주는 신호와 똑같은 것이었다.

 

다이치는 개가 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니까, 동물 자체가 되는 일을 기꺼이 여겼다. 흔히 도그플이라고 하면, 꼬리플러그를 끼우고 야한 속옷을 입고 귀머리띠를 하는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다이치는 그 도그플보다는 다른 의미의 도그플을 상대적으로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동물이 되는 것이다. 오로지 주인만을 바라보는, 주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교를 부리는, 그런 생물체. 말은 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있는 건 표정과 몸짓뿐.

 

처음 시간을 비워두라고 했을 때, 쿠로오는 성심성의껏 다양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었다. 물론 다이치에게 머리에 그것밖에 안 들었냐며 한소리 들었지만. 어쨌든 다이치는 일이 너무 힘들 때, 여러 가지로 지쳤을 때,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는 가 되어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쿠로오는 처음에 생소한 플레이로 많이 당황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기다리고 있다. 그 시간만큼은 다이치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가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다.

 

왔어?”

 

막 집으로 들어오는 다이치의 얼굴이 꽤나 엉망이었다. 눈그늘이 깊게 가라앉았고 얼굴도 푸석해보였다. 다이치 주위로 짙게 둘러싸인 피곤의 기운은 그의 어깨를 푹 처지게 하기 충분했다.

 

씻고..나올게..”

. 천천히 하고 나와.”

 

여기서 쿠로오가 할 일은 없다. 필요한 물건은 전부 배치되어 있으니 딱히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쿠로오는 곧 화장실에서 물줄기 소리가 들리는 것에 쇼파에 앉아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오늘따라 더 피곤해 보이는 다이치는 최근에 시작했다는 프로젝트가 너무 잘돼서 바쁘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쿠로오와 다이치는 서로 지친 얼굴로 웃었었다.

 

쿠로오는 느리게 움직이는 시계에 시선을 주더니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냉장고를 뒤적이며 안쪽 깊이까지 팔을 뻗은 그는 곧 작은 상자를 꺼냈다. 하얗고 정갈한 정사각형의 상자 구석에는 다이치꺼라는 쿠로오의 글씨가 작게 적혀있었다. 이건 다이치의 간식이다. 다이치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그는 지극히 드물게도 상큼한 종류의 무언가를 먹고 싶어했다. 본인조차도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쿠로오가 적당한 것을 구해왔지만, 일단 여태껏 제대로 성공한 적은 없었다.

 

오늘은 꼭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저번에 샐러드 내밀었을 때, 다이치의 차가운 눈빛은 좀 타격이 컸다고...그 날, 결국 뭐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었지...’

 

쿠로오는 남몰래 눈가를 훔치며 지난 과오를 떠올렸다. ‘역할에 충실히 이입하고 있어 다이치는 별말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은 지금 생각해도 오싹했다. 분명 속으로 쌍욕했을거야.

 

[달칵]

 

다이치, 나왔어?”

 

화장실에서 뿌연 연기와 함께 나온 다이치는 이미 두 발로 서있지 않았다. 그는 붉은색의 투박한 개목걸이를 차고 바닥에 엎드려 쿠로오를 빤히 바라보았다. 까만 드로즈를 입은 채였다. 쿠로오는 식탁에 상자를 내려놓고 싱긋 웃었다. 오늘은 하기 싫은가 보네. 하지만...

 

나도 양보못하지.’

 

그도 이미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던 것이다. 다이치가 얼마나 피곤한지는 알고 있지만, 그와 함께 지냈던 시간은 결코 그냥 보낸 것이 아니었다. 어디를 어떻게 하면 그가 달콤한 신음을 흘리며 자신에게 넘어오는지 아주 깊은 곳, 구석구석까지 알고 있었다.

 

오늘은 죽어도 한다. 다이치,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나한테 매달리게 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고-!’

 

그러나 작고도 야심 찬 계획을 머릿속에서 세우며 조용히 불타오르던 쿠로오는 차마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시간이 쿠로오 혼자 보낸 것이 아니었음을...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인다. 바보멍청이.’

끼잉-”

 

다이치는 심드렁하게 숨을 내쉬더니 쿠로오를 향해 나른하고 느린 움직임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지금 이 시간, 자신은 일 뿐이고, 그저 주인의 애정만 받으면 된다. 무조건적인 애정과 보살핌.

수년간 세워진 신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종류였다. 생각보다 견고하고, 스스로가 알던 것보다 날카로운, 감정의 형태. 쿠로오는 어느 정도 다이치의 얼굴을 보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이치는 어느 정도 일 때만큼은 스스로를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다지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우리 강아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을까?”

 

한쪽 무릎을 꿇고 가 된 다이치와 눈을 마주치고 다정한 손길로 뒷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주인쿠로오. 다이치는 반사적으로 턱을 들고 낑낑거리며 주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주인님, 주인님, 저를 예뻐해 주세요.

 

이리와. 자리로 가야지?”

머엉-!”

 

다이치는 지친 목소리로 작게 대답했다. 그럼에도 쿠로오의 품에서 빠져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목덜미를 살살 핥았다. 쿠로오는 그저 작게 웃으며 다이치의 뒷목과 등을 슬슬 쓰다듬어주었다. 어리광부리네. 아기 같아.

 

얼른. 착하지? 무릎 아프잖아.”

!”

 

다이치가 상체를 살짝 들어 그의 어깨에 턱을 올렸다. 살짝 말아쥔 손으로 그의 배를 살살 긁었다. 쿠로오는 난감한 듯 웃어보였다. 다이치가 그의 어깨에 잔뜩 얼굴을 비비며 끙끙거리면 쿠로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뒷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어주었다. 지금의 쿠로오는 다정하다. 이게 그냥 플레이였다면 호되게 혼났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이렇게 투정부리고 어리광부려도 괜찮다.

 

이렇게 응석받아주면 버릇 나빠지는데-”

 

쿠로오는 말은 그러면서도 익숙한 듯 다이치를 번쩍 안아 올렸다. 다이치는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겨 가슴팍에 살짝 주먹 쥔 손을 놓고 끄응끄응 울었다. 깜빡깜빡,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쿠로오를 보면서 그의 품에 잔뜩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이가 가려운 짐승마냥-이미 다이치는 개, 그 자체지만-쿠로오의 팔뚝을 제법 크게 깨물기도 했다. 쿠로오는 간지럽다는 듯이 웃기만 하고 한 번도 아파하지는 않았다.

 

“...어허-”

으릉-!”

 

쿠로오는 다이치를 안고 그대로 안쪽 방으로 들어와 방의 한켠에 놓여진, 도톰한 러그 위에 다이치를 내려놓았다. 갈색의 부들부들한 털을 가진 그 러그는 다이치가 제일 애용하는 물품 중 하나였다. 다이치가 그 러그 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우면 짧게나마 낮잠을 자거나 쿠로오의 빗질을 받곤 했다. 지금도 어김없이 옆 탁자에 놓은 빗을 집으려던 쿠로오는 짐짓 주의를 줬으나.

 

다이치가 그의 옷자락을 단단히 깨물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뭐가 불만인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으르렁거리기까지 하면서 고개도 세차게 젓는다.

 

이러다 옷 늘어나겠다.”

우으!”

빗질 안 받아?”

 

다이치가 눈을 깜빡였다. 결국 쿠로오는 바닥에 털썩 앉으며 다이치를 품에 고쳐 안았다. 다이치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고 있던 옷을 놓아주었고 그의 옷은 처참하게 늘어나 있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잇자국이 나서 잔뜩 늘어난 티를 보며 쿠로오는 배부른 강아지 같은 얼굴의 다이치를 흘겨봤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 , 입버릇 아주 혼나야하는데. ?”

끼잉-끼잉-”

 

다이치는 또 헤실헤실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애초에 혼낼 생각도 없었던 쿠로오는 그런 다이치의 모습에 피식 웃어버렸다. 귀여워죽겠네.

쿠로오가 다아치의 입속에 손가락을 넣어 어금니 부분을 문질렀다. 뽀득뽀득 마찰음이 선명하다. 다이치는 움찔, 다리를 살짝 웅크리더니 발가락을 꼬물꼬물거렸다. 좀 있다가 그 손가락마저 앙앙 물던 다이치는 곧 젓을 빠는 새끼마냥 혀를 놀려 쪽쪽 빨기 시작했다. 쿠로오는 키득키득 웃으며 다이치의 말캉하고 보드라운 볼의 안쪽 살과 통통한 혀를 차례대로 매만졌다. 혀의 아래쪽, 연약한 살을 누르고 혀뿌리까지 손가락을 쑤셔 넣어 살살 긁어주자 다이치는 끙끙 울면서 입가로 침을 줄줄 흘렸다. 살짝 그러쥔 손은 착실하게 가슴팍 앞에 놓고는 입술을 오므려 쿠로오의 손가락을 빨았다. 분홍빛 입술과 혀가 침에 흠뻑 젖어 촉촉하다. 쿠로오는 엄지로 그 입술을 거칠게 문지르더니 손가락을 빼버렸다. 더 이상 헤집었다가는 다이치가 정말로 깨물어버릴 것 같았다.

다이치는 역할에 감정이입을 남들보다 잘하는 타입이었고 그만큼 집중력도 높다. 자의든, 타의든 쿠로오의 손가락을 진심으로 깨문다면 피를 볼 것이 분명했다. 지금, 다이치의 눈은 완벽하게 몰입한 그것이다.

 

‘...발기한것도 모르겠지.’

 

쿠로오는 슬쩍 드로즈에 꽉 막혀 크게 부푼 다이치의 앞섬을 내려다보았다. 불룩하게 튀어나와있지만 다이치는 모르는 눈치였다. 아니,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쪽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지금 다이치에겐 바로 당장 행해야 하는 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이 분명했다.

 

다이치, 우리 간식 먹을까? 오늘은 뭘까요?”

-!-!”

 

쿠로오는 손과 다이치의 입가를 닦았다. 그리곤 다이치의 옆구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적당히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다이치는 두 눈을 반짝이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신난 몸짓이다. 곧 다이치는 쿠로오의 다리 위에서 몸을 휙 굴러 바닥에 엎드렸고 얼굴을 들이밀어 그의 가슴팍을 꾹꾹 밀기까지 했다. 쿠로오의 어깨를 깨물고 둥글게 그러쥔 앞발(!)로 쿠로오의 허벅지를 긁었다. 재촉이 수준급이다. 진짜 개라고 해도 믿겠다.

 

그렇게 궁금해? , 알겠어-”

 

쿠로오는 다이치에게 밀려 웃으면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느릿하게 옮기자 뒤에서 열심히 뒤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릎 아플 텐데. 오늘은 훈련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무릎보호대를 주지 않았다. 다급해서 바닥에 쿵쿵 소리가 나도록 기어오는 다이치에 쿠로오는 딱 걸음을 멈추었다.

 

?”

 

열심히 기어오던 다이치는 쿠로오가 멈춰있자 그의 종아리에 이마를 비비며 낑낑거렸다. 빨리, 빨리 간식, 간식 주세요.

 

다이치, 일어나.”

-!”

옳지, 착하다. 그대로 기다려.”

“..끼잉-”

 

쿠로오가 일어나명령을 하자 다이치는 상체를 세워 쭈그리고 앉아 다리를 활짝 벌렸다. 발끝으로 버텨야 하는 자세라서 꽤 체력을 요하는 자세지만 지금은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쿠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손도 딱 가슴에 붙인 정석자세였다. 다이치는 신나서 엉덩이를 살살 흔들고 있었고 그 바람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다리까지 흔들렸다. 쿠로오는 다이치에게 가만히명령까지 하려 했으나 그만두었다.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기다려명령을 내렸다. 다이치는 안달이 나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주인의 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밀었으나 자세에, 명령까지 들었으니 움직일 수 없었다. 입술을 삐죽이며 대신 빨리 오라는 뜻으로 멍멍, 크게 짖었다.

 

얌전히 기다려-”

 

쿠로오가 방을 나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고개를 길게 빼며 지켜본 다이치는 무의식적으로 안달 난 몸을 잘게 흔들며 낑낑거렸다. 금방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저절로 침이 꿀꺽꿀꺽 넘어가다 못해 입가로 흐를뻔한 것을 가까스로 삼켰다. 항상 간식은 상큼한 무언가. 상큼한 무언가들을 상상하다보면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이기 마련이었다.

 

이건 좋아해주려나.”

 

쿠로오는 식탁 위에 놓아둔 하얀 상자를 열어보며 찻장을 뒤져 예쁜 접시를 골라 꺼냈다. 초록색의 심플한 무늬가 들어간 다기 2. 또 쿠로오는 냉장고에서 로즈마리 잎을 넣어둔 차가운 물을 꺼냈다. 쟁반에 식기며 접시며 정갈하게 놓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일어나자세 그대로 잘 버티고 있던 다이치가 크게 짖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부끄럽다고 짖는 소리를 잘 내지도 못했었는데 자꾸 집중을 못 하겠다고 동영상 보면서 개 짖는 소리를 연습했다는 말이 진짜였나 보다. 짖는 소리가 제법 진짜 개와 비슷해서 쿠로오는 낮게 웃고 말았다.

 

자아, 다이치. 오늘의 간식이 뭘까요?”

 

다이치는 헥헥거리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몸을 어찌하지 못하고 안달 난 상태 그대로 기대감을 잔뜩 내뿜고 있는 모양새가 너무 귀여워서 쿠로오는 조금 더 다이치를 놀리고 싶었다. 쿠로오는 천천히 다이치의 앞에 하얀 상자를 내려놓고는 주인의 말만 기다리는 애절한 눈빛의 개에게 조금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다이치, 천천히 앉아서 상자는 만지지 말고 냄새만 맡는 거야.”

 

다이치는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끙끙거렸으나 곧 주인의 말대로 하기 시작했다. 앞발(!)을 천천히 내려놓고 몸을 웅크린 다음 최대한 바닥에 납작, 붙어 하얀 상자의 근처에서 냄새를 킁킁, 맡았다.

이음새의 틈으로 슬쩍 흘러나오는 강렬한 레몬의 향기.

다이치는 코를 찡긋거렸다. 순식간에 입안에 침이 고였다.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가 흔들렸다. 정말 꼬리라도 있는 것처럼, 살랑살랑. 주인님, 이게 뭐예요. 빨리 주세요. 빨리요.

 

다이치는 잔뜩 굶주린 얼굴로 끙끙거리며 쿠로오를 올려다보았다. 쿠로오가 자신의 앞에서 바로 옆의 침대에 앉는 것뿐인데 그 한걸음, 한걸음이 그렇게 크게 보일 수가 없었다. 얼마나 애타던지, 다이치는 디저트상자를 들고 앉은 쿠로오 앞에서 온갖 애교를 부렸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짖고, 쿠로오의 무릎을 살짝씩 깨물거나 이마를 문질렀다. 낑낑, 잔뜩 진심을 다해 앓는 소리를 내며 상자를 잡고 있는 쿠로오의 손등을 조심스럽게 핥기도 했다. 쿠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귀여운 몸짓을 구경하기 바빴다. 하지만 금방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화나서 자신을 깨물것이 분명했다.

 

다이치, 앉아. 옳지-!”

-!”

 

다이치는 엉덩이와 허리를 내리고 짧게 짖었다. 그리곤 쿠로오가 내민 손바닥 위로 자신이 동그랗게 말아 쥔 주먹을 척하니 올려놓았다. 아이,착하다- 주인이 칭찬해주며 애완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그 다음의 상이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이치는 쿠로오의 손에 볼을 부빗거리며 자신의 상을 기다렸다. 쿠로오는 상자를 열어 먹기 좋게 조각낸 레몬타르트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레몬타르트야. 먹어.”

 

쿠로오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이치는 한입에 앙, 타르트를 물고 조금은 게걸스럽게 씹었다. 어금니 쪽으로 타르트를 밀어 넣고 고개를 위로 꺾어가며 순식간에 꿀꺽. 다이치는 입술을 한번 핥고 분홍빛 혀를 내밀어 쿠로오의 손에 있는 부스러기도 삭삭 핥아먹었다. 신나는 간식시간의 시작이다.

 

***

 

다이치.”

꾸웅....”

일어나봐.”

 

한참이나 간식을 먹였다. 소화할 겸 장난감 물어오기 운동도 하고 아까 하기 싫다고 했던 빗질까지 했다. 이제 다이치는 주인의 무릎 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얕은 선잠에 빠져있었다. 다이치가 아무리 몸을 웅크려봤자 어차피 몸의 반 이상이 쿠로오의 무릎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제 저 안락한 침대 위로 올라가서 이런 거, 저런 거 다 할 건데!

 

다이치, 이제 강아지 놀이 끝이야.”

 

다이치는 꾸물꾸물 일어나 조금 졸린 눈으로 쿠로오를 바라보았다. 쿠로오가 환하게 웃으며 그런 다이치의 볼을 감싸고 천천히 다가가려 허리를 숙였다. 다이치는 따듯한 쿠로오의 손바닥에 부빗, 볼을 비비다가 대차게 도리도리를 주장했다.

 

“...이제 강아지 놀이 끝이라니까?”

 

쿠로오가 조금 억지로 웃었다. 다이치는 활짝 웃었다. 다이치는 그대로 쫑쫑쫑 기어가더니 아까 한참 가지고 놀았던 개뼈다귀 실리곤 장난감을 물어서 가지고 왔다. 다시 쫑쫑쫑 쿠로오 앞으로 기어온 다이치는 그의 다리 사이에 그 장난감을 넣고는 멍멍, 짖었다. 쿠로오의 무릎을 살살 긁기도 했다. 쿠로오는 이미 속으로 오늘도 망했음을 짐작했지만, 불굴의 사나이 쿠로오 테츠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거 아까 가지고 놀았잖아. 오늘은 그만.”

!”

 

다이치는 쿠로오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고개를 쭉 내밀어 쿠로오의 목덜미를 살살 핥았다. 그러나 그것에는 그 어떤 느낌도 없었다. 다이치는 정말로 쿠로오를 개로써 핥았다.

 

다이치이...”

!”

 

그리고 이어지는 다이치의 필살기는 쿠로오를 울게 하기에 충분했다. 배를 드러내고 엉덩이를 흔들다가 다이치는 쿠로오의 앞에서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팔과 다리를 살짝 구부리고 있어서 그 움직임은 둔하지만 귀여움은 배가 되고 만다.

 

!”

 

쿠로오 테츠로는 결국 개뼈다귀 장난감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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